안드로이드 개발자 (였던 것)
난 안드로이드 개발자다. 아니, 였다.
이번달 부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서 다니던 작은 스타트업을 그만두기로 했다.
사실 안드로이드를 다루게 된 지 꽤 지났다. 프리랜서로도 활동했었고.
지금 다니고있는, 곧 그만두게 될, 이 곳도 프리에서 인턴 정규직 루트를 탄 곳이니까.
그러다가, 정규직이 된 지 1년 반을 채워갈 때 쯤,
강렬한 회의감과, 이보다 더 큰 강한 열정이 날 찾아왔다.
그리고, 며칠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회사에 떠나겠다는 말을 전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감정인가
사실, 난 어렸을때부터 개발자를 희망했고,
인문계 고등학교때부터 조금씩 개발에 익숙해져 왔다.
서울 어딘가의 컴공을 졸업하고,
프리랜서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자그마한 스타트업에서 자연스레
정규직까지 물 흐르듯이 왔다.
모든 이들이 겪는 취업준비도, 자기소개도, 진로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그냥 나는 자연스레 물 흐르듯이 평탄한 인생을 관망하고 있었다.
물론 스타트업인만큼 금전적으로는 좀 아쉬웠지만,
몸도 마음도 편해지고 익숙해지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무엇이 계기가 된 것일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같은 길을 걷던 대학교 친구들이,
끊임없이 이직을 하며 결국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많이 들려와서 그런걸까.
아니면 현실 감각이 남은 힘을 모두 쥐어 짜서
이렇게 살면 미래는 없다는 것을 내게 알려 주기라도 한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어렸을 때부터 내가 꿈꿔왔던, '게임 개발자' 로서의 열정이
마음 속에 점차 쌓이고 쌓여 있었는데,
이번에 댐 무너지듯 터져 버린 걸까.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내 첫 개발은 비주얼 베이직으로 만든, 내 '알만툴 RPG' 게임 다운로더였다.
RPG만들기 시리즈에 빠져있었을 때, 게임도 많이 하고 많이 만들었다.
반 친구들을 캐릭터로 넣고 이것저것 코드도 구경하고 복붙 막 해가며 만들었었다.
고등학교 때 안드로이드 개발을 접한 이후로도,
노가다 하면 어떻게든 조잡하게나마 만들 수 있겠다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
내가 인생에 걸쳐 만들고 싶은 그 '게임'을 조잡하게나마 만들어보려 시도하곤 했다.
대학교 와서도 게임개발동아리에 들어가 열심히 활동했다.
프로그래밍 팀장도 서버 팀장도 부회장도 했었다.
동아리 선배들이 게임 회사가 아닌 곳을 가는 것을 보면
이해가 전혀 가질 않았다.
같이 여러 번 게임 만들었던 친구들도 게임회사로 가질 않았다.
그럴 때마다 아쉬움이 점차 쌓여갔다.
저들은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들어온 동아리가 아니었던 걸까?
나는 저들과 달라야지.
그리고 2년.
그런데 지금 나는?
그래서,
1년간의 전직 이야기를 이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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